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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생들이 나에게 '손많누'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손 많이 가는 누나, 라는 뜻이랜다.

상실의 4월과 혼란의 5월, 슬픔의 6월을 지나

어느덧 7월의 마지막 날이다.

7월? 그와중에 7월은 더 최악이었으니

매일을 울고 불고 하느라

애들을 너무 괴롭혔다.

 

2.

몇일 전에,

방학 내내 '리터럴리' 내내 붙어 다녔던 동생놈 중에 하나랑 술을 마시는데

표정이 너무 안좋아보였다.

무슨 일 있냐는 질문에 이 동생 한숨을 쉬더니 하는 말,

 

누나, 내 얘기 잘 들어. 진지하게 들어줬음 좋겠어.

나는 누나가 예민하다는 걸 원래 알고 있는 사람인데

근데 요즘 누나 너무 심해.

그래서 솔직히 좀 지쳐.

나 뿐만이 아니라 요즘 다들 누나 얘기 나오면

누나 군대 갔다 왔음 좋겠다고 얘기해.

누나는 요즘 누나가 어떤지 모르지?

말 한마디 실수 했다고 소리 지르고 울고

뻑하면 집에 가네 마네 하고

사준 사람 성의가 있지 밥 시켜놓고 한숟가락도 안먹고

지난번에도 그래,

하도 안먹으니까 좀 먹여야겠다 싶어서 우리가 낑낑대면서 차려논 밥

누나 한숟갈도 안먹었지.

솔직히 동생들이 차려준 성의를 봐서 먹는 척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끝내 숟가락 한번 안들었지 누나는.

힘든 일이 있으면 뭐가 힘든지 왜 힘든지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말을 하던가,

그것도 아니면서 주변 사람들한테 온갖 짜증이란 짜증은 다 내고.

병원 가는 것도 그래.

좀 열심히 가고 치료의 의지라도 보여줘야지

맨날 울고만 있다고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잖아.

 

딱 여기까지 들었는데 더 못들을 것 같았다.

미안한 마음에 더불어 솔직히 정말 짜증이 났기 때문이다.

 

알았어 그만해, 생각해볼께.

 

근데 이자식이 또 뭐 말을 한마디 보태려고 해서 결국 또 폭발했다.

 

야, 내가 씨발 이나이 쳐먹고 니들 눈치까지 보고 살아야돼?

싫음 나랑 안놀면 되잖아.

짜증나게 해서 졸라 미안하다 이 씹쌔야.

 

하고 또 펑펑, 제대로 울었다.

 

3.

그보다 더 몇일 전,

다른 동생이랑 커피를 마셨다.

커피 마시면서 이사람 저사람 얘기가 나왔는데

그 대화에 언급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내 대답이

나 걔랑 안친해,

나 걔랑 별로 사이 안좋아,

나 걔랑 연락 안해,

나 걔랑 볼 일 없어.

뭐 이런거였나보다.

갑자기 동생이 날 보더니

누나 주변에 사람이 있긴 있어?

물었다.

 

너 있잖아, 하고 말았지만

씁쓸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

 

 

4.

솔직히, 더는 애쓰면서 살고 싶지가 않다.

그리운 사람도 있고 보고픈 사람도 있지만

타향살이가 너무 길었던 탓인지

이제는 정말이지 아무 것도 애쓰고 싶지가 않다.

 

5.

어쨌든 예약은 예약이니

우울증 치료나 잘 받고

학교나 열심히 다녀야지.

E에게 근래 들은 나에 대한 타인들의 평가를 얘기했더니,

본인도 그 평가에 몹시 동의하는 바이지만

이미 삼십몇년을 이렇게 살아온 내가 바뀔 것 같지는 않아서

자긴 그냥 이해하기로 했다고 했다.

엄청난 위안이었다.

 

 

6.

꼭 애쓰고 노력해야 내것으로 남는 건

어차피 원래 내껀 아니었던 듯.

 

잘 가라 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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