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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7.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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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벌이 뱀의 머리 위에 앉아
침으로 계속 쏘아댔으므로
뱀은 아파서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복수할 방법이 없었으므로
뱀은 구르는 수레바퀴 밑에 자기 머리를 집어 넣어
말벌과 함께 죽어버렸다.
뱀과 말벌의 관계는
나와 문학과의 관계
현실과의 관계
나를 괴롭히고 고민하게 만드는
그 모든 것들과의 관계와도 같다.
그러나 나는 죽음이 두려워
현실이라는 거대한 늪에서
수많은 적들에게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서글픈 존재이다.
과연 나는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적을 깨부숴버릴 수 있을가.
과연 나는 말벌과 함께 죽는
뱀의 우렁찬 용기를 가질 수 있을까.



왜 뱀은 구르는 수레바퀴 밑에 자기 머리를 집어 넣어 말벌과 함께 죽어 버렸는가?
마광수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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