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 from Goldcoast'에 해당되는 글 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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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일이면 시험 끝.


오픈북이기도 하고

워낙 싫어하는 과목이라

사실 다른 과목들만큼 마음쏟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시험 끝나면 홀가분할거라 생각했건만.

그렇지만 턴잇인 돌려서 드래프트 해야 하는 에세이

2000자 분량 드래프트 가능한 마케팅 피티

그정도 끝내야 한숨 돌리고 크리스마스 할리데이를 맞겠구나.

학교가.

참.

시키는게 많다.

 

 

 

2.

오늘 골드코스트는 36도.

더울 때 한모금 마시는 맥주는 맛있지만

덥긴 참, 덥다.

 

 

 

3.

요즘 한국뉴스에도 가끔 보도되는

호주 한인 폭행사건.

나 사는 곳은 워낙 시골이고 작은 동네라 그런 걱정 안했는데.

결국 여기도 몇일전 사건이 터지고야 말았다.

매일같이 내가 지나다니는 길에서

매일같이 내가 건너는 건널목에서

한국인 유학생이 신호등을 기다리다

그냥 아무 이유없이 엄청 맞았고

코뼈가 나가고 입안이 다 터졌다고 했다.

 

겁많은 나는

그냥

집에만 있으려고 노력중이다.

 

예전에 읽었던 글중에 생각나는 구절이 하나 있는데

'세상이 바뀌길 기대하기보다

집까지 바래다 주는 남자친구가 있길 기대하는

비겁한 나'

라는 그 구절.

참 사무치는 요즘.

그런 어른은 되고 싶지 않았는데.

 

 

 

4.

누군가를 많이 좋아하면

그 사람이 필요해지고

그 사람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누군가가 필요해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려고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만큼

세상에 나쁜 죄는 없다.

그런 감정은 받지 않는 편이,

위험한 밤거리를 혼자 걷는 한이 있더라도

백배 나은거라고 생각했다.

 

 

 

5.

필요와 애정을 헷갈려하던 시기가 지나고

토요일 밤

마음 쓰이는 일을 겪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이제 무너지는 거 그만.

밥잘먹고 씩씩하고

단단하게 살자고.

 

 

 

6.

일요일, 사랑하는 언니 기일.

벌써 네해가 흘렀다.

 

신부님에게 나와 언니와 우리모두의 용서를 비는

기도를 부탁드린다는 내용의 편지를 썼다.

몇줄 되지 않는 편지를

30분이 넘게 걸려서 쓰고

봉투에 담는데

눈물이 쏟아졌다

성당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눈물콧물이 뒤범벅이 되어 흘러내렸다.

이유가 뭔지는 정말 모르겠는데

그게 딱히 내 잘못이라고 말도 못하겠는데

정말 언니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언니의 외로움 언니의 슬픔

나 그거 뭔지 모르지 않는 사람인데

누구보다 내가 잘 아는 사람인데

언니를 너무 외롭게 했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이렇게 일주일에 한번 성당에 나가

한시간씩

언니를 위해 기도하는게

뭐가 그렇게 어려운 일이라고

그동안 이렇게 살았나,

미사 시작해서 끝날때까지 내 머릿속은 온통 그 생각뿐.

원하시지 않는 선택이었지만

지금쯤이면 천국의 문을 열어주셨기를 바라며

가슴을 치며 참 많이 울었다.

 

언니를 위해 기도해야지.

아빠를 위해 기도해야지.

 

 

 

6.

참. 이렇게도 살아지는 내가

너무 싫다.

연애라는 놀이

사랑이라는 감정

그런거 때문에 혼자 울렁거려하고

거지같이 혼자 마음쓰고

그런거

참 싫다.

 

 

 

7.

옛사랑 가사중에

 

'사랑이란게 지겨울 때가 있지'

 

나 이거

진짜 무슨 마음인지 알 것 같은 요즘.

 

 


 

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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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예쁜 바다를 옆에 끼고 살면서,

나는 뭐가 이렇게 힘든거니.

 

이제,

 

그만 미워하자.

 

 

모처럼 차가운 바닷바람을 몇시간 맞으며

스스로를 위로해준,

오늘.

 

 


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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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내 인생은 왜 이런거야?' 같은,

쓸데없으면서 힘빠지는 질문들은 안하기로 했다.

 

길모퉁이에서 우연히 내게 꼬리치는 강아지 한마리도,

가게 모서리에서 우연히 내 눈을 잡아끄는 이름모를 소스 한병도,

다 내게 주어진 숙명같은 것이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숙명이니까,

'왜?' 같은 이유는 필요가 없는거다.

 

나,

잘 하고 싶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나 정말 행복해지고 싶다.

 

그날 이후,

 

전혀 행복하지 않았으며

행복하고 싶다고 생각도 하지 않았던 나였는데

이젠 날 그만 힘들게 하고 싶다.

열심히 벌 받았고.

열심히 살아남았다.

 

Rascal flatts 노래중에 내가 좋아하는 노래, bless the broken road.

오늘 그 노래 가사를 백번을 되뇌었지.

내가 무언가로 힘들다면, 그것이 언젠가 내게 길을 알려주는 북극성이 되어줄 거라고.

 

모든 것들을 흔들림없이 의연하게 스쳐지나갈 수 있을 거야.

나 그럴 수 있어.

 

 

+

잠시나마 내 가슴이 쿵쿵해서.

그걸로 됐어.

지난 일주일간,

모처럼 살아있는 기분이었어.

 

That's enough.

 

 


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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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선생님과 식사 도중,
한국에 얼마나 자주 다녀오시냐는, 그런 질문을 했다.
한국에서 25년전쯤에 뉴질랜드로 이민오셨다가
자녀분들 대학때문에 호주로 다시 이주하신 오선생님.

내가 예상했던 답변은
한국이 그립고 자주 가고 싶고
그런 무언가 향수 가득한 이야기들이었는데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한국에 가면 불편하다는 것이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뒤
선생님의 어머니께서는 형님댁에 함께 지내고 계시는데
누가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어도
형님댁이 불편하다는 것이었다.

몇년만에 친구들을 만나도
이미 너무 오랜 세월을 건너뛰고 있는 삶들이어서
대화 이어가기도 어렵더라며,
요즈음은 휴가때에도 한국에 가지 않고
두바이에 있는 아들을 만나러 간다고 하셨다.



갑자기 굉장히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우리에겐,
그 무엇으로도 지울 수 없는
아주 쎈 추억들이 있잖아' 라고 했지만
그 시간의 공백들이 서글프지 않도록
그 추억들을 잘 지켜낼 수 있을까

나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주하고 앉았을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없어지고,
서로의 이야기에 맞장구칠 수 없는 상황들이 오면 어떻게 하나.


그러고보니,
하나의 결혼식에도 못갔다.
윤돼지와 여름 휴가도 못보냈다.
우리 이쁜이의 머리모양이 어떤지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과 다른 상황들로 채워져가는
우리의 일상들이,
조금은 불안해진다.



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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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낚시




나 솔직히
내가 낚시 잘하는 줄 알았다
(좋아하기는 한다 확실히)
내가 낚시대를 던지면
언제나 나무위에 걸려있고
낚는 거라곤 미역같은 풀떼기뿐
여자 둘이서 낚시대 부셔먹고
낚시줄 끊어먹고
나무에 낚시대 걸고
낚시바늘 두개 잃어버리고

결국 집에 가자더라.

I am sorry,
I am so sorry,
정말 하루종일 사과한 날,

그래도 한시간 거리
Jacobs well은
너무 아름다웠다.

by canon sx20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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