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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는 아니었지만

혼자라는 생각을 할 때가 종종 있었다.

나를 가장 잘 알아주는 친구가 내 옆에 있고

내 가족이 되어주는 그 친구의 가족들이 있고

보석같이 빛나는 청춘들도 만났다.

그래도 가끔은,

인생에 나혼자 버려진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었다.

 

어떤 사람을 좋아하게 되어도

감정에 솔직하기를 두려워하는 나는

끝없이 움츠러들기만하고

내가 그 누군가에게도 사랑받을 수 없는 사람인 것만 같아

끝없이 스스로를 고립시키려 했었다.

만으로 서른 한해 조금 넘게 살면서

내가 받아왔던 상처들,

연애든, 친구든, 가족이든,

그 모든 것들이 나 스스로의 잘못만도 아니었을텐데.

 

그래도 지금까지 나,

이만하면 잘 버텨온거 아닌가.

완성도있는 삶을 꿈꾸기에는 내가 아직 초라하고 나약하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나

정말 잘 버티면서 지내는거 아닌가.

 

내가 아주 착한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내가 정말 이렇게 힘든 일을 많이 겪어야 할만큼

나쁘게 살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사랑받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보다

나 스스로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나에 대한 안쓰러움이 더 크고

내가 바라보는 사람이 날 바라보지 않아서 느끼는 슬픔보다

뒷통수 언저리에서 느껴지는 다른 사람의 시선에 더 큰 미안함을 느끼고

미워하는 사람이어도

끼니때가 되면 밥을 먹었나, 신경이 쓰이고

내게 나쁜 말을 내뱉어도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어 마음써주는 사람인데.

 

그래도 이만하면 나

그렇게 나쁘지 않은 사람 아닌가.

 

근데 참 오늘은,

서럽다는 느낌이 든다.

내가 믿어왔고 지키고 싶어했던

모든 관계들에 대한 내 신뢰가 흔들린다.

정말 깨지 않고 계속 잘 수 있다면

온종일 잠만 자고 싶다.

 

비가 오면.

좋은 핑계다.

내가 좀 가라앉고 우울해보여도.

비탓을 해버리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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