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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1.05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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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선주가 나에게 한 이야기.

 

'언니, 있잖아.

난 예전에 언니가 아빠 얘기를 많이 하는게 이해가 잘 안됐어.

그게 싫다는 말이 아니라, 언니가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한결같이 아빠 얘기를 하는걸까,

내가 그 마음을 이해할 수가 없었거든.

근데 내가 큰 일을 겪으면서 생각해보니까

언니 아빠는 정말 행복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십년을 한결같이 매일매일 아빠를 그리워하고 이야기하고 의리를 지켜주는 딸이 있어서

아빠는 정말 좋으실 것 같았어.

가여운 우리 언니,

그러니까

힘들고 외로울때 아빠 이야기하고 싶을 때 많이 많이 해.

.

.

언니

부족하고 빈틈많은 내 이야기 앞으로도 계속 들어줘야지...

난 언니밖에 없는데.

난 언니 인생의 새로운 숙제야.

그러니 언니, 힘들 땐 내 생각을 해.

난 언니 없으면 못살아.

 

언닌 참 지독한 사람이지만

너무 아름다운 사람이기도 해.

사랑해 언니.

죽지마.'

 

 

선주야.

나는 평생 이렇게 살거야.

스스로를 괴롭히고 스스로를 고문하고

스스로에 대한 분을 이기지 못해 울고

자기 자신을 나쁜 사람이라 내몰아가면서

평생을 그렇게 살거야 선주야.

근데 선주야.

나 살아남을거야.

 

나에게 상처준 사람들처럼 난 그렇게 쉽게 다른 사람에게 상처주지 않을거야.

이렇게 어둡고 우울한 내가 어느날 갑자기

나 너무 행복해졌어, 같은 일들은 절대로 벌어지지 않으리란 걸 알아.

그냥 내가 더는 나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내가 스스로를 너무 나쁜 사람이라고 몰아가지 않기 위해 노력할거야.

 

내 우울하고 어두운 마음이 내 목 언저리에서 찰랑찰랑 거리게 내버려둘거야

그리고 땅굴에서 도망쳐나온 두더쥐처럼

아주 가끔은 미친듯이 웃고 주체할 수도 없을만큼 꿈같이 즐거워할거야.

그리고 다시 원래의 내 자리로 돌아가겠지.

 

나는 그냥 이렇게 생긴 나 자신을 받아들이고 인정해줄꺼야.

 

선주야.

이렇게 구제불능인 나여도 나를 사랑해줄꺼지?

늘 내가 필요한 사람이라 이야기해주고

나 없으면 못산다고 이야기해줄꺼지?

 

넌 나의 숙제

넌 나의 일기장

넌 내가 가장 받고 싶었던 꽃 한다발

넌 나를 살게하는 그 한 사람이야.

 

사랑해.

 

 


 



 

 

너를 두고 나는

아무데도 가지 않아.

 

 



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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