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시야
꽃같은 우리 여시야
내가 무슨 말을 하겠니
니 친구로 살았던 지난 15년
많이. 너무 많이 행복했어.
분에 넘치는 사랑과 우정을 나누어주어서 고마워.
받기만해서.
나는 너한테 늘
받기만 했어서
그게 너무 미안해.
너무 예쁘고 꽃같던 우리 여시.
다시는 빛을 잃지 않는 별이 되어 반짝여줘.
두손 두발 다 묶여
이 넓은 감옥에 갇혀
아무것도 못하는 나를 원망해도 좋아.
닭 소 허리 소영 나
우리 같이 잘 버틸 수 있게 도와줘.
니가 없는 세상을 산다는 걸
한번도 생각해본적이 없어서
그거 어떻게 하는건지 잘 모르겠는데
근데
우리 한번 해볼께.
혁진오빠.
우리 가여운 혁진오빠.
니가 하늘에서 잘 보살펴줘야해.
여시야.
비싼차 샀다고. 사고친거 같다고
걱정하면서도 좋아하더니
차라도 실컷타고 가지.
이럴 줄 알았으면
회사 그만둘까 고민하던 너한테
그래 그냥 그만둬라, 해줄걸.
이럴 줄 알았으면
그렇게 일산 한번 들어오라는 니 얘기,
그깟 일산이 뭐가 멀다고.
충무로에서 금방인데.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한번 들를걸.
이럴 줄 알았으면
귀찮다고 안나온다던 너한테
소리라도 지르고 욕이라도 하고
애걸복걸해서라도
신사동 나오라고 할걸.
꽃같은 여시야.
사랑하는 우리 여시야.
우리 예전 사진을 보는데
내가 찍은 사진속에 너랑 닭이랑 둘이 찍힌게 참 많더라.
내눈에 제일 예쁜 투샷이었는데...
이제 우리 어쩌니...
우리 이제 어떻게 살지.
대학로 목금토 니 졸전하던 그 겨울.
우정원 앞에서 고등학교 체육복입고 술래잡기 하면서
미친년들처럼 웃던 기억.
봉천동 양꼬치집에서 너랑 나랑 닭이랑
셋이서 두번째 파티를 했던 내 스물여덟번째 생일.
도예관에서 밤새고 물레차는 니 모습에 감탄하던 그 밤.
할배방 욱이방 그 쪼끄만 방을 오가며
열댓명이 둘러앉아
디제이 디오씨 노래 가사를 기억해내느라 애쓰던 그 밤.
전봇대 밑에서 미친애들처럼 둥글게둥글게 하던 우리.
홍대에서 술마시고 문래동 넘어가던 주말
택시가 안잡혀 오돌오돌 떨던 그날의 기억
경주 콘도 잡아 1박2일 놀재놓고 아침까지 마시느라 체크아웃시간 못맞춰
무작정 1박 연장 더해버린 일
치킨이 왜 맥주 안주냐 소주안주지 라며
합심해서 혁진오빠 까던 일
나 호주 나오기전
니네집에서 아부지 어무니 준이 오빠 너 나
다같이 술마시고
문이오빠 소영이 만나 신나게 놀았던
내 한국에서의 마지막 추석
.
.
그 셀수 없는 즐거운 추억속에 항상 함께이던 우리였는데.
이제 니가 없다는 것이.
나는 잘 믿어지지가 않는다.
여시야.
우리 여시.
불쌍해서 어떡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