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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선생님과 식사 도중,
한국에 얼마나 자주 다녀오시냐는, 그런 질문을 했다.
한국에서 25년전쯤에 뉴질랜드로 이민오셨다가
자녀분들 대학때문에 호주로 다시 이주하신 오선생님.

내가 예상했던 답변은
한국이 그립고 자주 가고 싶고
그런 무언가 향수 가득한 이야기들이었는데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한국에 가면 불편하다는 것이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뒤
선생님의 어머니께서는 형님댁에 함께 지내고 계시는데
누가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어도
형님댁이 불편하다는 것이었다.

몇년만에 친구들을 만나도
이미 너무 오랜 세월을 건너뛰고 있는 삶들이어서
대화 이어가기도 어렵더라며,
요즈음은 휴가때에도 한국에 가지 않고
두바이에 있는 아들을 만나러 간다고 하셨다.



갑자기 굉장히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우리에겐,
그 무엇으로도 지울 수 없는
아주 쎈 추억들이 있잖아' 라고 했지만
그 시간의 공백들이 서글프지 않도록
그 추억들을 잘 지켜낼 수 있을까

나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주하고 앉았을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없어지고,
서로의 이야기에 맞장구칠 수 없는 상황들이 오면 어떻게 하나.


그러고보니,
하나의 결혼식에도 못갔다.
윤돼지와 여름 휴가도 못보냈다.
우리 이쁜이의 머리모양이 어떤지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과 다른 상황들로 채워져가는
우리의 일상들이,
조금은 불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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