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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하나의 풍경이 있다.
풍경은 처음부터 아름답고 고요하다.
그 풍경속으로 한 사람이 걸어 들어온다.
그는 처음부터 외롭고 쓸쓸하다.
그의 발자국 위로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가고,
햇살은 젖은 모래 위로 긴 그림자를 그린다.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온다.
어느 날 한 사람이 있는 풍경속으로 또 한 사람이 들어온다.
또 한 사람은 처음부터 불안하고 사랑스럽다.
두 사람은 가끔 나란히 걷고 가끔 떨어져 걷는다.
가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기다려주고
가끔 일부러 멀어지기도 한다.
두 사람은 행복하기도 하고 불행하기도 하다.
다시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온다.
한 사람이 풍경 밖으로 사라진다.
남은 한 사람은 다시 외롭고 쓸쓸하다.
그 사람도 천천히 풍경 밖으로 걸어나간다.
풍경은 다시 아름답고 고요하다.
이것이 나의 아름답고 고요한 풍경속으로 잠시 들어왔다가 사라진,
삶과 사랑과 세상과 슬픔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황경신, 슬프지만 안녕:프롤로그

A-1/nFD 50.4/오토오토 200
17th roll,  20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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