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무언가에 대해 무뎌진다는 것은
좋은 일은 아닌 것 같다.
누군가에게 처음 상처를 받으면
마음이 쓰리고 아프다가,
동일한 일들이 반복되어갈 때,
더이상 마음이 쓰리다거나 아프다거나,
그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상태가 되는 것.
물론 감정적으로 덜 힘들어질 거고
(익숙한 일이니까)
어떤 면에서는 덜 아픈 일이 될 수도 있는거지만,
그렇지만,
그것만큼 사람을 피폐하게 만드는 일은 없는 것 같다.
분명히 아파야 할 일이고
분명히 슬퍼야 할 일이었는데
아. 그랬구나. 하고선,
그냥 넘어가게 되는거.
내 영혼이 사라지는 일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차를 사야겠다고 결심하고는
과장 조금 보태서 차를 백대는 본 것 같다.
처음에는 이차도 좋아보이고 저차도 좋아보이더니
그다음부턴 점점 무뎌지고
나중엔 시동을 걸어보는 것도 의미없게 느껴질만큼.
그렇게 익숙해졌다.
집에 돌아올 무렵엔,
나에게 차가 꼭 필요한가, 라는 근원적 질문에 도달하기까지 했고.
(물론 나는 정말 지금 차가 필요하다. 그래서 사야하는데.
마음에 드는 차가 없으니 스트레스다.)
반복.
반복이 주는 무뎌집.
마음을 다해 사는 삶을 꿈꾸니까,
내가 좀 더 아프더라도,
내가 좀 더 쓰리더라도,
누군가가 날 아프게 할 때마다
울 수 있는 사람.
익숙해지지 않는 사람이 되고싶다.
내가 살고 싶은 삶이다.
해피발렌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