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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빠를 호주에서 만나다니.

기분이 좋으면서도

뭔가 이상한 기분.

 

오빠가 처음으로 나를 진심으로 부러워하는 한가지,

아 너 영어 잘하는구나.

 

여기선 나도 그저그런 외국인이지만

오빠보다 확실히 잘하는거 하나는 있어서

다행이었네 ㅋ

 

그래도 알뜰 살뜰 됐다고 그렇게 얘기했는데

파티다니고 할 때 (그 한번이 전부였건만) 쓰라고

예쁜 색깔 화장품이랑

다꼬기가 갖고 싶어했던 지갑

트렝 화장품까지 다 챙겨왔다.

 

그래.

가식이어도 좋으니

가는날까지 이 평화를 깨지말고

잘 지내자.

제발.

 

 

2.

새집에서 맞는 두번째밤.

어젠 이삿짐 옮겨놓고 원래있던 집에

새사람이 저녁에 바로 들어오기로 해서

짐만 내비두고 나가서 집에 열시에 들어오고

오늘도 아침 열시부터 나가 아홉시쯤 귀가.

다행히 가족들 모두 안자고 있어서

인터넷 연결 무사히 하고.

난 커피마시면서 일기쓰는 중.

 

모카포트로 내려먹는 이탈리안식 커피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지만

귀찮다...

커피 끓이고 나서 찌꺼기 버리는 거랑

보일러 씻는거도 그렇고.

머신 고고합시다...

 

 

3.

2월달에 내가 써재낀 돈을 생각하니

뒷목잡고 쓰러질 노릇이지만

어쩔 수 없다, 라며

나는 오늘 네비를 샀다 ㅋㅋㅋㅋㅋㅋㅋ

오디오만 바꾸면 더이상 차에 투자할건 없다.

오빠가 이럴 때

동생아 니가 차를 샀으니

내가 너에게 오디오를 선물하마, 라며

한 삼백불 투척해주면 좋으련만.

그럴리는 없겠지.

넌 소나무니까.

사시사철 한결같이 푸르른.

 

 

4.

난 이집이 너무 좋다.

어젯밤 자려고 누웠다가

빗소리에 일어나

유리문 앞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밖을 내다보는데

이것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 같았다.

 

윗층 부부 섀넌&브래드도 너무 좋고

아들 재키도 귀엽고

심지어 이집 고양이. 이름은 위스키.

얘는 내가 문열어놓으면 내 방에 들어와서

쇼파에 앉아서 티비도 보고

키보드 위를 걸어다니고.

 

이 평화.

불안하지만. 좋다.

 

꽃앞에 주어진 운명이 시드는 것뿐이라 한들,

피어나길 주저하겠냐는, 그 말처럼.

 

머지않아 이 평화가 사라지고

다시 끝없이 가라앉는데도

불안해하지 말아야지.

 

지금의 이 평화와 내가 가진 행복.

마음껏 만끽해야지....

 

 

 

5.

그리고 나는

보고싶다. 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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