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같이 감정적으로 잘 흔들리는 사람은
뭔가 애착형성을 하면 안되는건데
그걸 너무 잘 알면서도
항상 다른 사람들보다
사소한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별것 아닌 것들에 애착형성 해버리고.
그게 너무 문제다.
실은 너무 좋아하는 목걸이를 잃어버렸는데
몇일째 밤마다 잠을 잘 못자고 있다.
사람들이 호들갑떤다 놀릴까 싶어
아무렇지도 않은 척은 하고 있지만...ㅠ
그 목걸이.
무슨 번쩍번쩍 보석이 박힌 것도 아니고
그냥 50불짜리 은목걸인데
내가 너무나 좋아해버린거였다.
집 어딘가에 있을 줄 알았는데
침대까지 다 들어내도
결국 못찾았다.
목걸이 찾으려다
결국 손가락까지 썰어버렸는데
어젠 좀 화가났던 거 같다.
손가락을 좀 심하게 썰어서
온집이 피바다 수준이 됐는데
닦고 싶지가 않았다.
정확히는
닦아야겠다는 의지가 안생겨서.
그냥 두고 잤다.
난 지금 런치브레이크에 집에 와서
점심은 안먹고
바닥에 말라버린 피 다 닦아내고.
(누가 봤음 살인이라도 난 줄 알거야...ㅋㅋㅋ)
밥도 먹기 싫고.
손가락 썰려서 독수리 타자 치는 중인데....ㅋㅋ
어젠 아침부터 종일
존레논이 오노요코에 대해 했던 이야기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사람들 눈에 요코가 어떻게 보이든 나에게는 최고의 여성이다.
비틀즈를 시작할 때부터 내 주변에 예쁜 여자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하지만 그들 중에 나와 예술적 온도가 맞는 여자들은 없었다.
난 늘 '예술가 여성'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 것을 꿈꾸어 왔다.
나와 예술적 상승을 공유할 수 있는 여자.
요코가 바로 그런 여자였다.'
예술적 온도가 맞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게 얼마나 큰 행운일까.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딱 한명이 있었는데
그와 헤어진 이후로 몇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가 그리워하고 있는 것은
그 사람 자체라기보다는,
그와 나누었던 그 대화들이다.
내 취향의 음악들을
우울하다거나
시끄럽다거나
듣기싫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로
둘러쌓여있다보니,
좋은 음악을 찾아내고 좋은 영화를 추천해주고
그리고 감성을 나누던 그 대화와
책을 읽은 뒤 나누던 그 열띤 토론.
딱 그것.
아무리 생소한 음악이어도
소리로 평가하지 않던 그의 지성미에 대한 향수는,
여전히 남아있다.
내가 잃어버린 목걸이에 대해서
그라면 함께 안타까워해주지 않았을까.
그정도의 감성을 가진 그였다면.
미쳤나 왜이래 대낮부터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