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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하고 싶은데

말 할 사람이 없다.

아무에게도

말을 할 수가 없다.

어줍잖은 위로같은거 그런거 말고

이유를 묻지 않아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발목이라도 붙잡고 엉엉 울고

나 하고 싶은 이야기 다 쏟아내고 싶은데.

없다.

 

 

아침 열시

소에게 문자가 왔다.

여시가 화장중이고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그래. 힘내자.

 

답장을 보내고

눈물이 쏟아진다.

 

차마 소에게는 지금 상황을 이야기할 수가 없었다.

 

병원에 갔다.

닭이 누워있다.

 

나 너까지 이러면 못산다.

또 눈물이 쏟아진다.

 

갑자기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게 화가 났다.

 

곧 수술할 애를 내버려두고

에세이를 핑계삼아 학교에 왔다.

 

한시간째 이러고 있다.

 

1200 단어를 써야하는 에세이는

28단어까지 씌어진채 멈추었다.

 

 

어제 그렇게 애를 혼자 내버려두고 학교에 오는게 아니었는데

나 슬픈거 나 마음아픈거만 생각하느라

말도 안하고 울지도 않고 입닫아버린 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감정인지 돌보지를 않았다. 내가.

 

아득하다.

모든 일이 거짓말같이 일어났다.

 

잠을 자다가 세상과 작별한 여시

병원에 누워있는 닭

이 와중에 학교에 앉아 자판 두드리는 나.

 

나는 지금 지옥에 있다.

 

우리 손잡고 오순도순 살자 했는데.

지금 나에게 벌어진 일들을 생각하면.

모르겠다.

내가 이 시간을 어떻게 통과할 수 있을지.

 

 

배가 고파 밥을 먹었고

목이 말라 물을 마셨고

졸려서 커피를 마셨고

답답해서 샤워를 했고

속상해서 맥주를 마셨다.

 

나는 다 했다.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필요한 모든 것을 다 했다.

 

 이렇게 살아지는 내가.

 

참.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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