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는 나를 떠나갔고,
어떤 이는 내가 떠나보냈고,
또 어떤 이는,
서로도 알지 못하는 사이
추억으로 밖에,
남지 못했다
나의 옹졸함이나 자존심때문이었을 수도 있고,
혹은, 상대의 그러함 때문이었을 수도 있고,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속에
이곳저곳 떠돌아 다니는 내 운명의
물리적 이유일지도 모른다.
내가 너의 이름을 부르자
비로소 내게로 와 나의 꽃이 되었다던 시가 있었지.
기꺼이
나의 '우리'가 되어준 사람들,
혼자 장보고 기다림의 하루를 보낸 인선,
별일 아닌듯 슬쩍 웃어보여도 성장통을 겪고 있을 가을,
가장 먼길을 가장 미안한 마음으로 달려온 나의 현경,
그리고,
우리와 함께였던 짧은 시간 동안
소녀처럼 즐거워하셨던,
사랑하는 우리 교수님까지.
우리의 이 따뜻한 나날들.
노랗게 물든 가을들녘,
나는 생각했다.
언제가 될지 모르는 우리의 네번째 여행까지,
그 누구도 추억속에만 남게 두지는 않겠다고.
가장 치열하고 뜨거웠던
나의 20대를 알아주는 이 사람들과
흔들리고 두렵고 넘실대는
나의 이 30대를 함께 살아남기로.
당신들에게 평화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