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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말 오랜만에.....

정말 정말 오랜만에

잠을 아주 잘 잤다.

여덟시간 이상 잔건 정말 오랜만인거 같다.

푹 잤고. (아침에 한번 깨긴 했지만)

달콤하게.....

 

 

 

2.

지난밤 비가 왔었다.

고등학교 부렵부터였던 거 같은데

비만 오면 그렇게 기분이 좋았다.

가끔은 비가 나를 더 침전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이유가 비때문이라면

난 날마다 우울해도 행복할 것 같았다.

 

 

오랜만에 우리 마이클.

비맞고 오늘은 기분이 좀 시원하려나.

첨에 조그만 화분에 담겨져 우리집에 올 때 15센치쯤 됐었는데.

어느새 내 허리보다 더 높이 자랐다.

이집 이사와서 마당에 심고. 벌써 우리랑 같이 한지 2년 반...삼년이 다되간다.

햇빛이 많이 뜨겁고 비가 오래동안 안오면 물 한번씩 뿌려주고.

그렇게만 해줘도. 이렇게 잘 살아주니. 신기하다-

지금이야 내 곁에 있어주니 신기하고 좋은 거지만

언젠가 말라 죽어버리면. 또 몹시 슬퍼질 것 같은데.

걱정이다.

애착형성. 의미부여. 그런거 하고 싶지 않은데.

그냥 가볍게 살기엔 내가 아직 그렇지가 못하다.

얼마전 학교 친구들이랑 얘기하다가 사차원. 뭐 그런 얘기가 나와서

내가 '난 일차원이야. 점같은 사람. 얼마나 단순한데' 라고 얘기하자

j가 '누나만큼 복잡하게 사는 사람 있는 줄 알어?' 라며 비웃었다.

대상에 대한 의미부여

관계에 대한 애착형성

이런 거만 덜해도 나도 정말 단순하게 살 수 있을텐데.

 

 

 

 

3.

어제 우리 대화의 화두는

'이상형' 이었다.

요즘은 다들 무르 익을대로 익어서 (?)

대화의 폭이 광대해지고 있다.

내가 '난 내이상형 뭔지 몰라' 라고 했더니

날 비웃었다.

'너처럼 확실한 이상형 가진 사람이 어딨다고.'

난 정말 모르겠는데.

난 그런거 없는데.

지금까지 만났던 사람들도 어디하나 일관성있는 특징도 없고.

내 이상형 뭔데?

그녀의 대답

 

'손가락, 목소리, 추억'

 

아.

그러네.

 

하.

귀신같은 사람.

 

근데 셋다 갖춘 사람은 없으니까

만약에 내가 꼭 하나를 골라서 데이트 하라면.

난 추억을 고르겠다고 생각했다.

추억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

내가 소중히 여기는 내 추억도 존중해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라면

나와 감성적 온도가 비슷할테니까.

 

 

 

4.

이 감정상태가 뭔지 알고 싶다.

몹시 불편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전처럼 눈을 보고 이야기하는 건 쉽지 않았다.

이야기 하면서 자꾸 다른 사람들을 쳐다보게 되었다.

무뎌지겠지만.

곧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예전으로 돌아가겠지만.

그런데 난

내 감정이 뭔지 알고 싶다.

아주 불편하진 않지만

평화롭지는 않으니까. 확실히.

 

비겁하고 부끄럽게 살고 있는 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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