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찍은 사진을 하나씩 보았다.
그의 얼굴이 보이는게 아니라
내가 보였다.
행복해보이는 내 얼굴이,
싫다.
처음부터 안될 일이었는데.
실수라는 말을 핑계로
내 감정을 숨기고 감추고
인정하지 않으면 그만이라 생각했는데.
이 상태에서 내가 다시 넘어지면
난 절대로 일어나지 못할텐데.
난
언제고 내가 받게 될 그 상처가.
두렵다.
바다를 걸으며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다.
신발벗고 옷이 젖는 줄도 모르고
두시간을 걸었다.
기분은 나아졌지만
머리는 더 복잡해졌다.
아무것도 아닌 이 상태에서
혼자 마음쓰는게 속상하다.
늘 아무렇지 않은 그 사람이
부럽다.
이토록 무방비 상태에서
이렇게 가볍게 흔들리는 내가
나는 참
화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