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이제 세시간 무렵 남았다.
2011년 개천절이었나,
그때 소정언니랑 꽤 유명하다는 '정선생' 이라는 점쟁이를 찾아간 적이 있었다.
뭐. 들리는 말로는 흥행에 꽤 성공한 영화제목도 제법 지었다고 했다.
점쟁이들이 실제로 다들 그렇게 점을 봐주는지는 모르겠는데
내 사주와 운명에 대한 이야기를 한시간 반쯤은 한 것 같았다.
그 때 이 아저씨가 나한테 한 길고 긴 얘기중에 기억에 남는건,
2012년까진 뭘해도 잘 안될거다.
유년시절 동안에 나중에 써야 할 운을 너무 많이 갖다 끌어다 썼다.
성향이 '산양' 같은 사람인데
이게 온순한 양이라 생각하면 안되고
산속에 혼자 사는 산양처럼
세상에 나와 있어도 외로운 사람이라는 거다.
내가 그런 점을 다 믿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 얘기를 들으며, 유명할만하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점을 보러 간 때가 2011년이었는데 2012년까지 잘 안될거라고 하니,
뭔가 기분은 좋지 않았지만,
유년기에 복을 너무 끌어다 썼다는 말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몰랐고
무엇이 된 것 마냥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자랐고
언제나 어디서나 중심이 되었고
원하는 건 언제나 손에 다 가질 수 있었고
늘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사랑을 받으며 자랐고
공부도 곧잘해 만능 소리를 들었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었다.
이십대를 거치며
아빠와의 이별,
가계의 몰락,
이런 저런 이별들,
이런 저런 상처들을 겪어내며
어느 순간 다른 사람에게 상처받지 않으려
스스로를 먼저 상처내는
내가 되어 있었다.
빌딩 가장 높은 곳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던 나는
추락을 거듭하다가 어둡고 습한 지하주차장에 스스로를 가둬버렸다.
그리고 나는 그런 채로 서른둘이 되었다.
2012년에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를,
새로운 사람들 속에 섞여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내 목표를 이루지 못했고
너무 사랑했던 친구를 보냈고,
그 마지막 길에 꽃한송이를 놓아주지 못했고,
눈물을 참는 방법을 깨닫겠다던 꿈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
후회가.
많이 남는 한해였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화를 내면서도
결국은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그래야 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사랑하는사람이 늘 내곁에 머물 수는 없다는 것,
내가 바라보는 사람이 나와 같은 마음으로 늘 나를 바라볼 수만은 없다는 것.
그리고 그런 이유 때문에 움츠러 들 필요도 없다는 것.
내 2013년의 화두는 '사랑'이다.
사랑한다는 말을 잘 하지 않는 나였는데
요즘 부쩍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뚤언니의 말마따나,
결국 우린 모두에게 언젠가 가장 평범한 존재가 되어버리고 말지라도
특별했던 그 한순간 동안만이라도.
사랑한다는 말을 잘 하고 싶다.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잠시 스친 모든 인연에게도.
사랑한다는 말을 아껴두지 말아야지.
다른 사람들 눈에 내가 예쁘게 보이지 않아도 괜찮아.
새해엔. 더 많이 나를 아껴줘야지.
정선생님 말대로라면,
내 세상이 열리는 2013년이 오고 있으니까.
+
예상치 못한 사람에게 내 마음을 흔들려 버렸지만
슬프거나 힘들지는 않다.
누군가를 생각하며 가슴 설렌 이 특별한 순간도
언젠가 세월이 지나면 평범했던 어느날에 지나지 않을테니
지금 이 순간 열심히 뛰고 있는 내 심장을
응원해줘야지.
행복해지자.
늘 마음을 다해 살며
늘 사랑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