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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동생들이랑 우발적으로 낚시하러 갔다가...

두어시간 있다 집으로 오는 길.

동생들은 아직 낚시하고

혼자 집에 와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밤 열시가 넘은 시간,

혼자서는 절대 다니지 못하는 시간인데.

 

그냥 왠지 집에 올 수 있을 것 같았다.

 

울집오는 버스는 자주 오지 않고

잘못하면 정류장에서 한시간쯤 기다려야 할 지도 모르는데

그냥 무슨 자신감인지,

진짜 올 수 있을 것 같았다.

 

혼자 정류장에 걸어가서 버스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든 생각은,

내가 참 병신같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여자 혼자, 남자 혼자, 어린 친구들도 혼자서

잘만 버스기다리고 잘만 버스타고,

그러니까 내려서도 잘만 걸어서 집에 가겠지.

 

내가 무서울 때 나를 집에 바래다 줄 사람이 없는 현실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건

그냥 알아서 집에 가는거.

그래서 이제 혼자 좀 연습해봐야겠다.

 

다른 사람에게

나 좀 데리러 와줘, 나 좀 데려다 줘,

눈치봐가며 아쉬운 소리 하지말고,

나도 그냥 알아서 좀 용감하게 혼자 잘 해봐야겠다.

 

버스 내려 집에 걸어오는 오분거리의 길은

가로등이 다 죽어있어서 무서웠지만

노래부르면서 오니까 올만했다.

 

그리고 나쁜 놈 만나면

나 왠지 잘 싸울 수 있을 거 같은데.

 

자꾸 다니다보면

나도 잘할 수 있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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