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가지고 나가서 술을 마실 수가 없었다.
술 안먹는 술자리는 지루하다.
취한 친구들을 라이드해주었다.
차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가려다 말고 차로 돌아온 E가
창문을 내리라더니 허리를 숙여 내게 말했다.
그때 니가 나한테 한 말 있잖아.
생각해봤는데.
걱정하지마.
난 그냥 그대로 있을거야.
난 변하지 않을 것 같아.
그냥 알고 있으라고.
웃으며 얼른 꺼지라고 하고 차를 돌려 나오는데
눈물이 쏟아졌다.
술도 한모금 안마셨는데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모든게 미안했고
모든게 고마웠다.
불안하고 우울한 요즘 곁에서 날 보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나를 걱정하고 있는지 알았다.
위로나 좋은 소리를 할 줄 모르는 E가
술김을 빌어 나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하는게
본인 딴에는 얼마나 신경쓴 위로인지 나는 안다.
잘 살고 싶다.
남들처럼 웃고
남들처럼 떠들면서
그냥 평범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