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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발끈 매주는 남자에 대한 환상이 있다.

 

중학교 3학년 때

같은 독서실에 다니던 고2짜리 오빠를 짝사랑했었다.

그 오빠는 말하자면,

그 독서실의 연예인같은 존재였는데

그 오빠가 타고오는 독서실 차가 도착하는 시간이면

휴게실 창문에 여자애들이 붙어서 웅성댈 정도로

인기가 많은 오빠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잘생긴 얼굴은 아니었는데

뭐랄까, 귀요미상. 그런 얼굴이었었다.

 

우연찮게 아는 언니를 통해서 그 오빠와 처음 인사를 하게 됐고

후로 오빠가 나를 몹시 귀여워했었다.

독서실에서 친하게 지내던 언니오빠들이랑

그 오빠집에서 짜장면 시켜먹고 논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 오빠 방에 농구선수들이 들고 다닐법한 커다란 스포츠백,

그 한가득 여자애들에게 받은 편지를 본 날,

아. 이 오빠는 그냥 연예인같은 사람.

감히 나따위는 좋아한다는 말도 할 수 없는 사람이구나.그런 생각을 했었다.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인기도 좋은데 매너까지 좋으니

나같은 애한테는 관심도 없겠구나, 했는데

오빠가 씩 웃으며 열어 보여준 책상서랍에

딱 하나. 내가 전해준 편지가 있었다.

그때 오빠가 한말은

'니껀 그런데 같이 안둬. 여기 특별하게^^'

그때부터는 그 오빠 얼굴만 봐도

얼굴이 빨개지는 아이였었지.

 

그랬던 그 오빠가,

그 슈퍼스타같던 오빠가,

신발벗고 들어가는 만둣집에서 만두를 먹고 나오다가

끈이 풀려있는 내 운동화를 보고는

무릎을 꿇고 앉아 신발끈을 예쁘게 매주었다.

 

그때가 아마 고1무렵이었는데.

정말 시간이 많이 흘렀어도,

그날 내 심장뛰는 소리가 아직 기억날만큼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그 오빠와는 그냥 좋은 오빠동생사이로 꽤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면서

많이 편한 사이가 되었고

웃으며 그때 내가 오빠 좋아했었어, 하게 되었지만

지금도 그때의 그 쿵쿵거림을 잊을 수가 없다.

 

그오빠가 처음이자 마지막 운동화 끈 매주는 남자였는데.

 

 

그가 운동화 끈을 매주었다.

풀려버린 오른쪽 신발끈, 벤치에 앉아있으니

나중에 일어나면 메야지, 하고 그냥뒀는데

물끄러미 보다가,

벤치에서 일어나 밑으로 내려가 

허리를 숙이고 무릎을 낮추고는,

그렇게 예쁘게 신발끈을 묶어주었다. 

 

내가 운동화 끈 매주는 남자에 대한 환상을

얘기한 적도 없었을텐데.

 

갑자기. 순식간에.

 

여러 사람들 틈속에서

내가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

 

아,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도 비집고 나올 틈이 없을만큼

심장이 쿵쿵거렸다.

아마 밤이어서 어두워 모르겠지만

내 얼굴은 피를 흘리는 수준으로 빨개져있었을 거다.

 

비교라는게 의미가 없지만,

고등학교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심장이 터질만큼 뛰었던 것 같다.

 

아.

진짜 큰일났다.

완전히 무장해제된 기분이다.

신발끈까지 묶어주는 남자였다니.

(사실 음주중이었던 관계로,

아주 조금은 그가 기억못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그냥,

왠지 내가 설레하는거 들켰을까봐.)

 

인정하긴 싫지만

어딘가 내게 분명

순진한 구석이 있는게

틀림없다...

젠장.

 

 비나 실컷오지

왜 오다마는거야-

숙제해야되는데

나 왜이러고 있냐...

 

+

 

잘 매어두었다 했는데 어이도 없이

툭 풀려 버렸어요

잘 감추었다 했는데 신호도 없이

활짝 드러나 버렸어요

마음이 녹아내리고

습기를 잔뜩 머금은 꿈들

갈팡질팡이에요

당신은 나를 어쩌려고

어쩌려고 여기까지 불러냈나요

이 여린 봄빛을 도무지 어떻게 하라고

홀로 이리 세워두나요

무슨 아름다운 작정으로

나를 마음껏 풀어헤쳐 놓았던가요

 

황경신, Paper 2009.03

 

 


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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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백오십불 책상에 올려뒀는데

잃어버려가지고.

책상 다 뒤집어 엎고

난리쳤는데 결국 못 찾고는

눈물을 머금고...

포기해야지, 이러고 있는데

 

필통안에 덩그러니 돈이.

아 황당해서 웃음 터졌네 ㅋㅋㅋ

정말 화가난다 ㅋㅋㅋ

 

그덕에 책상정리는 잘했다만...ㅋ

 

멍청이 멍청이 멍청이.

 

빨래하고. 숙제하고. 밥먹고.

언제  하냐고.

 

요즘 먹는게 너무 재미가 없는데

배는 또 이렇게 끼니 때되면 고프다.

먹기싫지만 살려면 먹어야지.....

뭐 먹나.....

 

 

+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여전히 내가 허술하고 우유부단하고

말을 잘 못하는 캐릭터겠지만

내 생각인데

나 요즘 좀 말 잘하는거 같다.

흐흐흐.

 

명동성당 가고싶다.

 

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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