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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2.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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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것만 해도 되긴 하지.

근데 그게 훨씬 더 어려울 걸.

내가 남하고 다르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

그거 몹시 힘든 일이야.

모든게 다 자기 책임이 되거든.

안전한 집단에서 떨어져나와 혼자여야 하고.

정해진 가치에 따르지 않으려면

하나하나 자기가 만들어 나가야해.

또 무리에서 떨어져 나가면

끊임없이 자기에 대해 설명해야해.

경쟁을 피하는 소극적 태도가 아니라

남과 다른 방식을 적극적으로 선택하는 일이라면 말이야.

 

어쨌거나 나는 네 선택이 마음에 들어.

우리. 재미없는데도 꾹 참으면서 남들한테 맞춰살지는 말자.

혼자면 재미없다는 것,

그것도 다 사람을 몇무더기로 묶은 다음

이름표를 붙이고 마음데로 끌고다니려는 잘못된 세상이 만들어낸

헛소문 같은거야.

혼자라는게 싫으면 그때부터는 문제가 되겠지만

혼자라는거 자체는 문제가 아니거든.

 

하나의 공간에 함께 있는 순간에도

어쩌면 우리에게는 각자의 시간이 따로 있어

서로 다른 파이프를 따라 엇갈려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는 건 아닐까.

서로를 향해 달려왔지만

우리가 가장 가까운 순간이란

이제부터 멀어져야 하는 시간이 시작된다는 뜻 아닐까.

 

 

하지만 오로지 충고하기 위해 상대의 말을 듣는 척하는 인간.

말이 시작되자마자 이미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 결론을 내려버리는 인간들 앞에서는

도대체가 말문이 열리지 않는다.

특히 나 자신에 관해서라면, 한마디도 해주고 싶지 않다.

듣기도 전에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나도 똑같이 해준다.

입을 열기도 전에 벌써 오해받을 게 뻔하다고 단정해버리는 것이다.

고집이 세고 주의가 산만합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후 나를 이렇게 평가하지 않은 선생은 단 한명도 없었다.

내 생각과 맞지 않아 안 따른 것 뿐인데.

고집이 세다니?

어른들은 시키는대로 하지 않으면 무조건 고집이 세다고 말한다.

그들과 나의 생각이 서로 달랐고, 내가 그들을 설득하지 못했듯이

그들도 나를 설득하지 못했는데

왜 나만 고집이 세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은희경, 소년을 위로해줘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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